#애니추천#애니리뷰#애니86#애니에이티식스#에이티식스

 

한 때 애니메이션을 많이 봤었지만,

요즘은 유치하고, 알맹이 없고, 틀에박힌 '것'들만 가득해서

한동안 무슨 애니메이션이 나오는지도 모르고 사는 요즘인데

그나마 최근에는 귀멸의 칼날을 보면서 그래도 가끔은 양질의 작품이 나오는구나 싶었다.

 

그런 와중에 정말 우연하게 <86 -에이티식스- >를 접하게 되었는데

<psycho-pass> 이후 처음으로 세계관과 스토리에 놀랐고,

<약속의 네버랜드> 이후 간만에 절망적인 분위기에서 한줌 희망을 보는 디스토피아적 분위기를 느꼈으며,

<귀멸의 칼날> 이후 오랜만에 사운드 트랙 퀄리티에 감탄했고,

연출만큼은 손에 꼽는다고 생각하는 <리제로> 이후로 이정도로 연출에 놀란 적이 있었나 싶다.

(이후 스포 포함)

 

제국을 멸망시킨 무인 기계와, 그에 맞서는 공화국의 또 다른 무인기

그러나 후자에서 '무인'의 의미는 예상과는 달랐다.

공화국의 시민들이 살고 있는 85개의 행정구역 너머,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며 각종 멸시와 차별을 받는 86구의 사람들

즉 <에이티 식스>가 기계에 탑승해 전쟁하고 있던 것이다.

 

초반부에 뉴스를 통해 흘러나오는 '전사자 0명' 이라는 말은 사실

매우 비인도적인 공화국의 일면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텍스트였던 것..

사회의 구조적 결함과 갈등, 그리고 SF적인 요소까지

정말이지 오랫동안 실망만 해왔던 나를 위해 준비했나 싶을 정도로 취향에 직격인 설정이었다.

 

이 디스토피아에서 초점이 맞춰진 인물들은 바로

최전선의 정예 전투부대 <스피어헤드>의 전대장 신과 그 부대원들,

그리고 새로이 부대를 지휘하게 된 레나 소령이다.

 

공화국이 지칭하는 86구의 '돼지들'이 만든 공화국의 요새, 통칭 [벽]

레나 소령은 공화국의 부조리에 대항하는 인물로 등장하며,

'벽'의 안과 밖의 괴리감과 갈등, 융화를 몸소 체험하고

그것을 우리에게 전달하는 매개체가 된다.

 

소령은 에이티 식스를 같은 시민으로 동등하게 여긴다고 생각해

같은 공화국의 시민인 '알바'로부터는 좋지 않은 시선을 받는데,

사실상 자신조차도 은연중에 에이티 식스를 인간 이하로 보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장면이 있다.

바로 처음으로 전사자가 나온 전투 이후, 슬픔을 느끼며 위로의 말을 전하지만

부대원이 자신들의 진짜 이름도 모르면서 위선 떨지 말라고 쏘아붙이는 씬이다.

이 때 소령이 받는 충격은 화면 바깥으로까지 전달이 될 정도로 기억에 남는 장면이었다.

 

이외에도 세세한 설정 하나하나가 마음에 들었다.

전대장 신이 먼저 떠나갔던 에이티 식스 동료들의 기체의 파편에 이름을 새겨 모으는 것이나,

부대원 한명 한명의 코드명에 담긴 의미와 사연,

적군은 수명이 정해져 있는 무인기인줄 알았으나

죽어나간 에이티 식스의 뇌를 수집하여 기체의 수명을 늘리고 전장의 망령으로 만든다는 설정,

나아가 그러한 망령이 된 형의 해방을 위해 버티고 있다는 신의 사연,

알고보니 스피어헤드 전대는 5년이라는 전역 기간을 거의 채워가는 에이티 식스의 최후의 처형장이라는 것까지

극적인 요소로 충만한 디테일들이 정말 좋았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중 하나인 <psycho-pass>와 비교하면,

세계관 자체의 설정과 깊이에서는 조금 밀릴지언정 이런 디테일적인 부분에서는 오히려 더 좋지 않았나 싶다.

 

스스로의 처지와 행위에 대해 고뇌하며 성장하는 소령과,

차츰 마음을 열어가며 자신들의 마지막을 소령에게 맡기고 떠나는 신과 부대원들의 모습,

그리고 부대의 보급 담당 기기인 '파이드'의 시점에서

스피어헤드 부대원들의 삶을 한 편의 영화처럼 보여주는 씬은 정말 감동적이었고

훌륭한 연출이었다고 생각한다.

 

신이 레기온에 의해 전장의 망령이 됐음을 암시하며 끝나는 마무리까지도

이후의 내용에 대해 기대감이 생기게 해줘서 좋았다.

빨리 2쿨이 방영이 끝나서 몰아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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